에선 인간미가 짙게 느껴지지 않는가요?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안녕하세요. 아주이엔씨 입니다.

회사소개
사업소개
주요사업
커뮤니티

AJU

Engineering & Consulting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에선 인간미가 짙게 느껴지지 않는가요?

본문

<반지의 제왕>을 보면서도 느끼는거지만 '느림의 미학'이랄까요. 스토리를 떠나서 연출적으로 영화안에서 '휴머니즘'을 느낄수 있는 요소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본지 오래되어서 구체적인 예를 들수는 없지만 <호빗>은 모험영화라서 난쟁이들이 뒹굴거리며 여행하는 영화였습니다. 반면 <반지의 제왕>은 여정의 처절함이 살아있다고 느껴요.

1편에서 원정대는 처음에 로한의 평원으로 향하려 하죠. 하지만 사루만의 감시자가 있어 눈덮인 카라드라스 고개를 오릅니다. 눈속에서 보로미르와 아라곤은 호빗 둘을 안고 낑낑대요. 그나마도 사루만의 저지로 모리아로 향합니다. 그리고 간달프를 잃죠.

<반지의 제왕>엔 이런 역경들이 많은데 <호빗>은 캐주얼한 모험을 보는것처럼 유쾌하기만 합니다.


<퍼시픽림>시리즈에서도 느낀겁니다. 1편은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연출하였지만 솔직히 스토리는 엉망이죠. 로봇영화에 무슨 휴머니즘인가 하시겠지만 저는 로봇에서 휴머니즘이 느껴진다고 생각합니다. 2편의 로봇들은 광선검이건 기관총이건 어떤 무기든 자유롭게 사용합니다. 아크로바틱을 선보이기도 하고, 중력빔으로 건물들을 도미노처럼 쓰러뜨리죠. 하지만 액션에 무게감은 없습니다.


1편은 무엇이 다른가. 1편의 로봇들은 그들 스스로의 몸뚱이를 가누기조차 버거워보입니다. 러시아 조종사가 조종하는 로봇은 산성공격에 당해 물속에 가라앉습니다. 호흡을 하지못하는 조종사들을 로봇안에 갇힌채 괴로워하죠.

주인공 로봇인 집시는 팔을 변화시켜 플라즈마 캐논을 사용하는데에도 많은 시간이 듭니다. 차징시간이 너무 길어 자칫 공격하려다 당하는 꼴이죠. 로켓펀치 하나 날리는 데에도 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타치와의 전투중에는 날개를 펼친 오타치에게 짓눌려 시체마냥 매달려 덜그럭거립니다.

이렇듯 1편의 로봇들은 상대방의 공격을 막는것은 고사하고 한대한대 때리는것조차 역경과 다름이 없습니다. 게다가 2편과 다른것은 1편의 로봇들의 질량이 살아있습니다. 집시 데인저가 숨은 오타치를 찾아나서며 도시를 활보하는 장면은 가히 예술입니다. 집시가 땅에놓인 카메라위를 지나며 카메라는 180도 회전하는데 그저 걸어가는 씬임에도 발자국에선 땅을 울리는 충격이 느껴집니다. 길예르모 델 토로는 그래픽에 질량을 부여했어요. 그저 그래픽으로 눈뽕만 가득채운 cg영화들관 다르게 정말 짓눌리면 압사당할것 같은 질량을 부여했습니다.

2편과는 또 다른것이 2편에선 카메라 사이즈가 도심과 로봇의 위치를 멀리서 잡은 롱숏이 많았는데, 1편은 카메라 사이즈가 근경입니다. 마치 인물을 클로즈업하듯 상체만 잡아서 괴물들과 싸우는 모습을 담습니다.


정리하자면 2편과 다른 1편의 감성은 로봇이 지몸뚱아리를 가누기조차 버거운 모습이라는 겁니다. <조커>에서 곱추같이 등이 굽은 호아킨 피닉스를 보는것처럼 가누기 힘든 몸을 이끌고 싸우는 모습입니다. 나중엔 팔다리까지 너덜너덜(?) 해지죠.



스토리말고 액션 그자체에서 처절함이 느껴지는 영화들이 또있는데 샘 하그레이브 감독의 <익스트랙션>입니다. 넷플릭스에서 볼수있는데 햄형이 주연이죠. 이 영화에선 10여분에 이르는 원테이크(같은) 액션씬이 있는데 정말 압권입니다. <존윅>의 액션이나 cg로 만들어진 액션보다 이런 박진감 넘치는 육탄전을 좋아합니다. <레이드>시리즈는 지나치게 싸움만을 위한 영화라 무적치트쓰고 싸우는 느낌이라..

<익스트랙션>을 연출한 감독이 <아토믹 블론드>를 연출했습니다. <아토믹 블론드>에서도 샤를리즈 테론이 후반부에 처절한 액션을 보여주죠. 몸이 녹초가 되어서 숨을 헐떡거리고 비틀거리며 싸우는 상태가 됩니다. <존윅>은 탄알수나 싸우는 방식은 고증에 충실할지 몰라도 결국 안지칩니다. 총칼에 맞아도 안지쳐요. <레이드>도 안지칩니다. 위의 영화들은 지칩니다.

적이 남았는데 총알이 없느냐, 체력이 없느냐의 차이겠네요. 이것도 취향차이이겠지만 저는 영화 자체를, 자기를 극복하는 스토리를 좋아하기에 액션취향도 그 결을 같이하지 않나 싶네요.


솔직히 이젠 cg로 못만들어내는 영화적 이미지가 없는데 왜 무게감없는 액션만 양산될까 의문입니다. <퍼시픽림>이나 <매드맥스>같은 영화만 보아도 적을 상대하며 살아남는다는게 얼마나 처절한것인지 배울수 있다고 봐요. 왜 투명드래곤같은 영화만 만들어내는지 감독한다는 사람들이, 예술한다는 사람들이 혼을 담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가령 <트랜스포머> 2편만 봐도 옵티머스는 3대1로 다구리를 당합니다. 온몸이 걸레짝이 되며 버티다가 결국 죽어버리죠. 액션안에도 희생과 역경을 충분히 녹여낼수있는데.. 기껏 눈호강만 좋게끔 만들어놓고 그 비싼 cg작업을 값어치없게 낭비해버리는지 불만입니다.